루트의 제곱은 이동근

2022-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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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당근마켓에서 웹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이동근입니다. 좋은 서비스와 좋은 팀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떻게 개발을 하게 되었나요?

저는 대학교 진학을 연극 영화과로 했어요. 한 학기를 다니고 자퇴했고 다시 컴퓨터 학과에 입학하면서 개발을 하게 되었어요. 연극 영화과로 진학하게 된 이유는, 국어책에 나오는 이강백의 결혼이라는 희곡 지문을 보고 나서 우연히 그 희곡의 연극 작품을 봤어요. 그 연극을 보면서 저런 거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들어가게 되었어요. 그런데 막상 입학 후 소질이 있다고 느껴지지 않아서 한 학기만 다니고 자퇴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에 스스로 제일 좋아했던 게 뭐냐고 생각해보니 컴퓨터와 같은 전자기기였어요. 단순히 그런 이유로 컴퓨터 학과에 가게 되었어요.

컴퓨터 학과 생활은 어땠나요?

컴퓨터 학과에 들어오고 1년 동안은 정말 놀기만 했어요. 그때도 연극에 대한 약간의 미련을 버리지 못해서 연극 동아리에서 연극 활동을 했었어요. 그래서 컴퓨터 학과를 다니면서도 학과 공부에는 많이 집중하지 못했어요. 개발을 처음 제대로 접한 건 3학년 때 "멋쟁이 사자처럼" 활동을 시작하면서예요. 컴퓨터학과니까 그래도 컴퓨터 쪽 공부는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있기도 했고, 멋쟁이 사자처럼에서 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활동이 너무 재밌어 보였어요. 그래서 참여하게 되었는데, OT 시간에 개발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고 어떠한 서비스를 단 몇 시간 만에 만들었는데 그게 세상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를 말하더라고요. 그러면서 개발에 대한 흥미를 가기 시작했어요.

멋쟁이 사자처럼에서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하게 되었군요.

네 맞습니다. HTML, CSS와 jQuery를 할 줄 알아서 이런 기술들을 사용한 작업을 했어요. 그 후에 창업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는 프론트는 마크업으로 원하는 화면을 만들었고, 서버는 레일즈로 만들었어요. 그러다 서비스에 필요한 앱을 만들어야겠단 생각이 들어 "매시업" 이라는 동아리에 들어가서 안드로이드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제 개발자로의 성장에 있어 큰 터닝 포인트 두 개가 모두 동아리에요. 개발에 있어서 첫 번째 터닝포인트인 "멋쟁이 사자처럼"에서는 개발의 흥미나 동기를 가질 수 있게 되었고, 두 번째 터닝포인트인 "매시업"에서는 개발자로서 사고하고 공부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동아리에서는 안드로이드 공부를 하면서 동아리 팀장을 했어요. 팀장을 하게 되면서 안드로이드 개발 방법을 동아리 구성원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공부를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어떤 창업을 했는지 궁금해요.

개발을 어느 정도 할 줄 알게 되면서 내 손으로 직접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고, 함께 하기를 원하는 친구도 있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처음 만들었던 서비스는 식당의 빈자리를 찾아주는 서비스였어요. 강남에서 몇 시에 몇 명이 갈 거라고 하면 빈자리인 곳을 찾아서 알려주는 거예요. 분명 그 식당에 사람들이 있을 테니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제보해 주고 리워드를 받는 구성을 생각했어요. 이 서비스를 1년 동안 준비했어요. 1년 동안 준비하면서 점점 겁이 나는 거예요. 1년 동안 계속 준비만 하니까. 그래서 초기 모델을 만들고 결국 배포도 안 하고 접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 다른 서비스를 생각해서 새롭게 도전했는데, 신용카드가 없는 사람들이 분할 결제를 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서비스였어요. 이 서비스는 빠르게 검증하자는 생각이 커서, 랜딩 페이지를 먼저 만들고 결제를 할 수 있는 화면만 만들었어요. 사용자가 원하는 제품의 링크를 첨부해 주면 대신해서 결제해 주는 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만두고 회사에 들어가게 된 이유가 있나요?

그 당시에 두 가지 고민이 있었는데, 첫 번째 고민은 우선 스스로 서비스에 대한 확신이 없었어요. 계속해서 마케팅으로 돈을 태우고 있었고, 그 비용이 모두 사비였기 때문에 아깝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이유에서 동료들한테 부정적인 말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두 번째 고민은 동아리나 주변 친구들이 개발자로 취업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에 많이 초조했던 것 같아요. 개발자로 더 성장하고 싶었는데 쉽지 않았던 것도 있고요. 결국 개발 회사에서 일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어서 나오게 되었어요.

어떤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나요?

당시에 저는 서버 개발자로서 깊이 있게 공부한 게 아니라 자신이 없었고, 안드로이드로 취업하기엔 막상 동아리에서 안드로이드 개발과 공부를 하면서 주변에 잘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다 보니 개발 커리어를 안드로이드로 하는 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있었어요. 그러다 프론트 개발을 하시는 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프론트의 변화가 매우 빠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조금만 부지런히 하면 중간 이상은 갈 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 프론트 개발자로 지원을 마음먹었어요. 그나마 웹을 가지고 서비스를 배포해 본 경험이 있기도 했고요. 동아리에서 알고 지내던 개발자 한 분이 뱅크샐러드를 추천해 주셨고 인턴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입사 후에 어떤 일들을 했는지

저에게 뱅크샐러드는 뜻깊고 의미가 큰 회사예요. 단순히 첫 회사라서가 아니라 적절한 시기에 적절하게 들어가서 회사의 성장과 함께 제가 고민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면 인턴 때 했던 작업은 리액트를 공부해서 뱅크 샐러드 웹 페이지에 일부 기능을 리팩토링하는 작업이었어요.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동료와 같이 치열하게 토론하고 공부하면서 같이 만들어가면서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또 다른 동료분을 보면서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었어요.

그 이후에 제가 온전히 서비스를 만들 기회를 가지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새소식 서비스를 처음부터 만들고, 보험 서비스와 같은 웹뷰 작업을 많이 했습니다. 이런 작업을 하면서 느꼈던 점은, 개발하고 나서 혼자 자기만족을 하는 게 아니라 서비스가 잘 되어야지 의미가 있다는 점을 느꼈어요. 그래야지만 자신도 의미가 있고 회사도 인정해 주는 거 나라는 걸 깨달아서 그때부터는 함께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실험 플랫폼, 카드 스쿼드에서 일하게 되면서 팀이 함께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애자일 방법론, 스프린트 단위의 회고와 계획 등을 통해서요. 또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는 연차별로 새로운 챌린지가 잘 들어왔고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당근마켓으로 이직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뱅크샐러드에서 3년 정도를 하면서 제가 페이스 조절에 실패했어요. 마이데이터가 출시하고 나면 우리는 같이 성장할 거야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는데 일정이 밀리게 되니까 의욕이 한번 확 꺾이는 거예요. 다른 서비스들을 보면서 우리 서비스가 따라잡을 한 방이 있을까라는 심리적인 두려움이 생기면서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고, 이직할 때 회사를 고르는 기준을 4가지 정도를 세웠어요. 첫 번째가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였으면 좋겠다, 두 번째는 핀테크 규제의 산업은 안 겪었으면 좋겠다, 세 번째는 회사의 서비스나 문화에 공감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확장성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당근마켓이 되게 매력적이라고 생겼던 것 같아요.

당근마켓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개발 문화도 궁금해요.

저는 당근마켓 동네 생활 탭에서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어요. 커뮤니티실에 속해서 새로운 서비스를 발굴하고 만들고 있습니다. 당근마켓에 오면서 얻고 싶었던 경험이 두 가지가 있었는데요, 서비스를 성공시키는 경험과 남들이 따라 하고 싶은 팀 문화를 만드는 경험을 하고 싶었어요. 그렇다 보니 어떻게 하면 동료가 더 편하게 일할 수 있을까?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을까? 와 같은 고민을 함께 하고 있고, 개발이 아닌 일들도 자처해서 하는 경우가 많아요. 혼자서 만드는 것 보다 함께 시너지를 내면서 만들 때 더 임팩트가 클거라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당근마켓의 개발 문화는 자율성에 있어서 개개인이 하고 싶은 것들을 많이 존중해줘요. 구성원들은 그런 자율적인 개발 시도를 혼자 시도해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공유하고, 좋으면 왜 좋은지 뭐가 아쉬운지 이런 의견들을 잘 내요. 이런 부분에서 습득하고 배울 기회가 많기 때문에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함께 일하기 좋은 동료란 어떤 동료일까요?

답변하기 쉽지 않은데... 딱 이런 사람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함께 일하면 심리적 안정감 또는 편안함을 주는 동료가 좋은 것 같아요. 반대로 일하고 싶지 않은 동료를 말하라고 한다면 비밀이 많은 사람은 싫어요. 이유에 대해서 말하지 않거나 상하관계를 만드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동근님만의 일을 처리하는 루틴이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뱅크샐러드에서 일하면서 배웠던 건데, 개발 전 작성하는 테크 스펙과 같은 문서를 쓰는 데 있어서 완벽하게 쓰지 않아도 되잖아요. 문서에 허점이 있어도 되고 거기서 모르는 걸 그냥 틱 던져서 물어보기도 하는데, 그런 방식이 비동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저의 일이 처리하는 루틴이에요. 예를 들면 내가 어떠한 서비스를 웹뷰로 전환해야 한대. 웹뷰 기술이 뭐가 있는지 없는지 몰라. 내가 찾아봤을 때 이런 건 있고 이런 건 없어. 고민이 되거나 헷갈리는 부분들은 체크리스트 같은 섹션에 정리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던지는 거예요. 네이티브 개발자분들을 초대해서 같이 체크하고, 문서로 이야기되지 않는 애매한 것만 구두로 만나서 얘기한다. 빨리 공유하고 던지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어요.

좋은 커뮤니케이션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커뮤니케이션은, 의사 전달을 하는 데 있어서 상대방이 잘 알아듣게 하는 거예요. 저는 습관적으로 지시 대명사를 사용한 함축적인 말을 많이 했는데 이렇게 하는 경우에 사람들이 많이 못 알아듣더라고요. 그래서 컨텍스트를 많이 넣어서 이야기하려고 해요. 또, 이야기 주제에서 샛길로 많이 빠지면서 논점을 흐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부분들을 생각했을 때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그걸 의식하면서 상대방이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이야기하려고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잘 성장하는 방법이 있다면

엄밀히 따지면 회사에서 잘 성장하기보다는 제가 잘 성장하는 데 있어서 제가 잘한다고 느끼는 점은, 저는 피드백을 받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요. 가감 없이 피드백을 받고, 상대방이 좋은 모습이 있으면 좋은 걸 왜 좋을까에 대한 관찰을 하고 스스로 회고해요. 또 저는 남의 좋은 점이나 남이 전달한 피드백을 무조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아요. 나의 장점이나 단점에 대입해서 그러한 피드백을 풀어내거든요. 그게 지금의 저를 만드는 그 성장 요소였던 것 같아요.

동근님에게 개발이란…

제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도구라고 생각해요. 어렸을 때부터 주변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을 좋아했었어요. 예전에는 내 몸과 목소리를 이용해 좋은 연극 작품을 만들어 주변에 희망과 꿈을 주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개발을 통해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세상을 만들어 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코드적인 기준에 관해 이야기한다면 모든 것에 있어서 쉬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코드적으로도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해요. 구조를 짤 때도 여기에 이거 있겠지 싶으면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설계해요. 항상 쉬운 코드를 짜려고 해요. 모든 기준이에요 그게.

앞으로 어떤 걸 하고 싶나요?

나중에는 바뀔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당근 마켓에 다음에 내가 뭘 할까? 라고 생각하면 스타트업에 가서 아등바등하고 있거나 창업할 것 같아요. 창업보다는 아예 초기 회사에 제가 들어가는 게 좀 더 가능성이 있겠다 싶은데, 그 이유는 창업하면서 제가 생각보다 그릇이 크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쉬는 시간에 무엇을 하나요?

저는 요즘 산책을 많이 하고 있어요. 재택을 하면서 하도 집 안에만 있다 보니 답답하더라고요. 그래서 일이 끝나면 1시간 정도 목적 없이 무작정 걷고 있어요. 걸으면서 이것저것 생각들을 정리해요. 그 외에는 저는 평소에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해요. 사람들의 말투나 행동들을 보면서 왜 저렇게 할까? 생각해보는?

시간과 돈에 구애받지 않고 새로운 직업을 가질 수 있다면?

굳이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엔젤 투자자를 하고 싶어요. 초기 회사들의 가치를 발굴해 내고 더 빛나게 만들어주는? 사실 막연하게 생각한 것이고, 기회가 된다면 많은 것들을 해보고 싶긴 해요. 카페 운영이나 게스트하우스 운영도 해보고 싶고요.

개발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개발 공부하시는 분들과 취준생분들을 멘토링 하거나 채용을 위해 이력서를 보다 보면 정말 많이 놀랄 때가 많아요. 예전에 비해서 상향 평준화되어있는 느낌이에요. 그렇다 보니 정말 생각한 것보다 더 힘드시겠다고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근데 정말 꾸준히 "왜?"를 짚어 가면서 공부하시는 분들을 보면 그 노력이 언젠간 빛을 발휘하더라고요. 화이팅이에요!

공유하고 싶은 것

당근마켓과 함께 할 멋진 동료를 찾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