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게 알고 오래 살기

2022-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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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토스페이먼츠에서 개발자를 위한 제품을 만들고 있는 이현섭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처음 개발을 접하게 되었나요?

어릴 때 게임을 좋아했는데, 수능 전날에도 PC방에 갈 정도로 중독이었어요. 그렇게 게임을 하다 보니까 컴퓨터 안에 있는 세계를 이해한다고 생각했어요. 막연하게 컴퓨터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서 컴퓨터 관련한 일을 하면 잘하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이렇게 막연하고 가벼운 생각으로 컴퓨터 공학과에 가게 되면서 처음 개발을 접하게 되었어요.

개발자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순간

사실 개발자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 컴퓨터 공학과 들어갔을 때는 이게 내가 생각한 게 맞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예를 들어서 저는 컴퓨터 공학과에 들어가면 게임 만드는 일 같은 걸 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니 C언어를 배우면서 계산기나 구구단을 만들더라고요. 그런 게 연습하는 데 도움은 됐지만 재밌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그 당시에는 학교에서 시키는 수준만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자료 구조 과목을 하면서 재밌다고 느끼기 시작했어요. 자료 구조를 하면서 Stack이라는 개념을 직접 만든다는 게 재밌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또, 리눅스 프로그래밍도 하면서 OS를 만드는 과제가 있었는데 OS에 대해서 이해는 못 하지만 소프트웨어를 만든다는 게 재밌었어요. 그런데 그것도 결국은 점점 응용 쪽으로 가잖아요. 응용에 가면 윈도우즈 프로그래밍, 아니면 웹 프로그래밍 이런 것들이 있는데 그때 웹 프로그래밍을 배우면서 진짜 하고 싶었던 게 이런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웹 프로그래밍을 시작하게 되었군요

네. 사실 Android나 iOS를 먼저 접했다면 제 성향상 그걸 더 좋아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요. 먼저 접한 게 웹이라서 웹 프로그래밍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지 저는 그냥 동작하고 보이는 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던 같아요. 왜 그렇게 생각하냐면 저는 그 당시에 PPT 만들 때도 애니메이션을 많이 썼거든요. 폰트나 그리드 배열 맞추는 작업을 되게 열심히 했어요. 그러니까 저는 기본적으로 비주얼에 엄청 신경 쓰는 사람인 거죠. 그런데 웹은 UI 프레임워크를 쓰면 되게 쉽게 예쁘게 만들 수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 웹에 빠졌던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그전에는 개발자를 해야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밥벌이해야지 정도의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학문적으로 배우고 있을 때는 생존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 있었다면 재미를 찾기 시작한 건 3학년 때 웹 프로그래밍을 배우면서예요. 이 지식을 가지고 밥벌이할 수 있는 걸 찾아야겠다 싶었어요. 그때 당시에는 대학원에 가거나 공부를 열심히 해서 교수직에 도전해볼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싶었어요. 왜냐하면 교수는 정년이 엄청 길잖아요. 그런 생각을 하다가 웹 프로그래밍을 접하고 완전 생각이 바뀐 거죠. 또 그 당시에 빌 게이츠나 마크 저커버그 같은 사람들이 나와서 코드를 배우라고 말하는 캠페인을 많이 했어요. 그런 캠페인을 보면서 감동 많이 받았고, 영화 소셜 네트워크를 보고 감명받기도 해서 이게 미래라는 생각도 했어요.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일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된 것 같아요.

어떻게 처음 개발자로 일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제가 그 당시에 스타트업을 한번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때 제가 지방에서 학교에 다니면서 "MSP(Microsoft Student Partner)"라는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활동을 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하는 "Imagine Cup"이라고 하는 글로벌 규모의 대회를 알게 되었어요. 대회 안에서도 앱이나 게임처럼 다양한 부문이 있었는데, 대회에 나가서 자연스럽게 스타트업으로 이어보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 팀을 만들어서 출전했어요. 제대로 하고 싶어서 휴학하고 출전했는데 예선에서 탈락을 해버렸어요. 떨어졌긴 하지만 일단은 뭐라도 해봐야 하니까 로켓 펀치라는 서비스를 사용해서 그 당시에 제가 있던 대구에 있는 스타트업을 필터링해서 찾아봤어요. 그렇게 사람을 구하는 곳을 찾아서 4개월 정도 일 하니까 대표님이 그만하자고 하더라고요. 미래가 잘 안 보였나 봐요. 그래서 서울에 스타트업이 많이 몰려 있으니까 일단 서울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중간중간 일하면서 모아둔 돈이 있어서 당장 서울에 가도 굶어 죽지는 않겠다 싶어서 바로 서울에 가게 되었어요.

서울에 올라가서는 어떤 일을 했나요?

서울에 올라간 후 개발하면서 Stack Overflow에 들어갔는데 한국 광고가 떠 있는 거예요. 보통 거기에 해외 광고만 들어가는데 한국 광고가 뜨길래 일단 눌러봤어요. "로톡"이라는 회사였는데, 일단 서울에서 일해야 하니까 지원을 한번 해보자 해서 지원하게 됐어요. 서울에 오기 전에 4개월 동안 일한 경험을 잘 포장해서 제출했는데 그걸 잘 봐주셔서 인턴으로 입사하게 됐었어요. 그 당시에 회사는 열명이 조금 넘는 정도의 규모 정도였던 것 같아요. 개발자로는 제가 네 번째로 들어갔는데, 먼저 계시던 두 분이 나이가 많은 시니어시고 한 분이 저보다 어린 분이었어요. 그런 환경에서 배울 사람은 많았는데, 특히 저보다 어린 분에게 많은 걸 배웠어요. 저는 어리면 오히려 개발을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분이 좀 그런 스타일이었어요. 그 당시 로톡에서는 Mean Stack (MongoDB, Express, Angular, NodeJS)을 사용한 풀 스택으로 일을 했어요. 당시에 이제 거기에 있는 기술 스택들에 대해 모르는 것투성이였는데 그것들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됐어요. 설계적인 부분이나 코드에 대한 부분이나 이런 거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 백그라운드 지식에 대해서 많이 배웠죠.

풀 스택으로 작업하는 게 잘 맞았나요?

저는 자연스럽게 하나에 집중하게 된 것 같아요. 앞서 저는 동작하고 보이는 걸 좋아한다고 말씀드렸는데, 본인이 시간을 많이 쏟는 게 어디인지를 보면 각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테이블도 설계하거나 ORM 연결해서 쿼리를 짜거나, 또 데이터를 집계해서 API로 내려주는 백엔드 작업에는 시간을 최소한만 쓰고 거의 프론트엔드 화면 작업을 하는데 시간을 많이 썼어요. 디자이너가 화면에 애니메이션을 요청하지 않아도 애니메이션을 넣고서는 검사받았거든요. 이런 작업에 욕심이 있으니까 하고 나서 디자이너가 좋다고 하면 너무 뿌듯했어요.

스튜디오씨드코리아 합류

로톡에서 이직을 준비하면서 원티드에 이력서를 몇 군데 올려뒀는데 스튜디오씨드라는 회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이직을 준비하고 있으니까 면접을 보게 되었어요. 여러 곳을 준비하면서 합격한 다른 회사들도 있는데 경험이 안 좋은 부분이 있기도 했고, 스튜디오씨드는 저를 챙겨줬어요. 그 당시에 제가 서울에 졸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휴학을 하고 왔잖아요. 휴학을 할 수 있는 기간에 한계가 있거든요. 그런 상황이었는데 스튜디오씨드에서는 일하면서 학교에 갈 수 있게 해준다고 먼저 제안을 해주셔서 스튜디오씨드로 가게 됐죠.

이직을 준비하면서 다시 학교에 돌아가는 고민도 했나요?

했었죠. 그런데 저는 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졸업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고 서울에서 일하는 게 훨씬 재밌었어요. 어찌 됐든 여기서 1년 넘게 살면서 서울의 인프라를 경험했고 실제로 일을 경험하면서 학교 공부가 너무 시시하게 느껴지는 게 있었어요. 또 서울에서 한 일들과 친구들을 놓고 돌아가고 싶지 않기도 했어요. 이런 생각이 너무 강해져서 좀 돌아가지는 못하겠다 싶었고, 졸업을 하지 않더라도 볼 손해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어요. 그래도 3년이나 다녔으니 졸업하는 게 좋겠지만, 굳이 졸업을 안 하더라도 앞으로도 큰 지장은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가 제안이 와서 가게 된 거죠.

스튜디오씨드코리아 합류 후 어떤 작업을 했나요?

스튜디오씨드코리아에서도 처음엔 풀 스택으로 일했어요. 프로토파이라는 디자이너용 툴을 만드는데, 일렉트론 기반이라서 Node를 다뤄야 해요. 또 그 당시에 서비스 내에서 작업한 프로토타입을 남한테 공유하는 기능이 없었어요. 그 기능을 처음으로 만들었는데 그 작업을 혼자서 다 했어요. 이후에는 결제를 붙이는 작업을 했는데, 이때도 백엔드가 필요해서 같이 작업을 했었어요. 결제 같은 경우에는 백엔드는 중심을 시니어 개발자분들이 해 주셨고 저는 앞단 영역에 있는 API 작업만 했었어요. 그렇게 계속 풀 스택으로 일하다가 프론트 엔드로 바꾸게 된 계기는 그 당시에 이제 직군을 나누려고 하는 시도가 있었거든요. 새로운 서비스를 하나 만들려고 하는데, 이걸 기존 서비스에서 분리하고 리액트로 만들게 되면서 프론트엔드 작업을 하게 됐어요.

그 당시에 진행한 사이드 프로젝트가 "페스타"인가요?

네. "페스타"는 커뮤니티를 하다가 알게 된 진겸님께서 먼저 제안해주셔서 시작하게 된거로 기억해요. 기술 제약 없이 작업해보고 싶어서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기획부터 같이 참여해서 프로젝트 구상하고 주말에 작업했어요. 평일에는 일하고 학교 다니고, 주말에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면서 바쁘게 살았어요. 그런데 결국은 제가 중도 이탈을 하게 되었어요. 당시에 프로토파이에서 하는 작업도 리소스를 많이 요구하는 일이어서 우선은 일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그만하게 되었어요. 그 당시에 페스타는 다섯 명으로 이루어진 팀이었어요. 거기서 매니징 하시는 분이 동기 부여를 잘 해주셨던 기억이 나요. 어떤 목표가 있고 그 목표에 다가가고 있는 것을 가시적으로 잘 보여줬어요. 그래서 열심히 달렸던 기간이 있었는데 목표를 달성하면서 그 기간을 지나고 나니까 동력을 잃어버린 느낌이 들었어요. 그러다 결국은 그만두게 되었죠.

토스로 이직하게 된 이유

이직을 고민하고 있던 시기에 토스에서 리쿠르터분이 링크드인으로 연락을 주셨어요. 혹시 생각이 있으시면 면접이라도 한번 봤으면 좋겠다고 연락을 주셨거든요. 이력서를 업데이트할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하기도 해서 준비를 했어요. 그렇게 토스에 합류하게 되었어요.

토스에서는 어떤 일들을 했나요?

공통 라이브러리 작업도 하고 사일로에서 제품도 만들었어요. 제 성향을 보면 기본적으로 남에게 영향 끼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초반에 토스에 와서 했던 일 중의 하나가 "토스 코어"라는 라이브러리와 관련된 일이에요. 저희가 쓰는 라이브러리인데 모놀리식 라이브러리로 갖가지 것들이 다 들어가 있었어요. 용도별로 구분된 게 아니라 그냥 하나로 되어 있는 거죠. 사용하면서 문제를 느끼고 쪼개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껴서 그 작업을 먼저 했어요. 그걸 시작으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작업을 계속해왔던 것 같아요. 또 사일로 일은 제가 하고 싶지 않아도 압력이 강하기 때문에 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그런데 그런 일은 내부에서 나온 일이니까 스스로 필요성을 느껴서 하는 게 더 큰 것 같아요. TDS 작업도 되게 재밌었고요. 보험에 있을 때는 실험을 자주 했는데, 실험해서 지표가 어떻게 변하는지 보니까 재밌더라고요. 내부적인 지표도 달성하고, 내부적으로 매출을 만들게 됐을 때도 되게 기뻤어요.

토스페이먼츠로의 이동

앞서 말했듯이 저는 프로토파이에서 결제를 붙였던 경험이 있었어요. 결제 연동 작업을 하면서 느꼈던 것 중에 하나가 진짜 개발 경험이 좋지 않다는 거였어요. 한국 것도 해보고 해외 것도 해봤는데 둘 다 별로 좋진 않았어요. 그 경험 자체가 토스페이먼츠가 출범하면서 했던 얘기 중 하나였고, 결제 경험을 끌어 올리겠다는 얘기들을 많이 했었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매력을 느꼈어요. 토스페이먼츠 팀을 초기에 빌딩 하면서 프론트엔드가 필요하다고 해서 제가 참여하게 되었어요. 처음부터 설계하고 작업할 수 있다는 것도 경험이잖아요. 어떤 회사의 첫 번째 프론트 엔드 엔지니어가 된 적은 없으니까 그런 경험을 해보고 싶기도 했어요.

토스페이먼츠에서 SDK를 만드는 경험은 어땠나요?

SDK 만드는 경험이 크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작업 자체는 의존성이 있는 업무가 아니었고 기존 시스템을 래핑을 한 거였거든요. 큰 틀에서 봐서는 TDS를 만드는 업무와 결이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 개발자를 얼마나 편하게 만들지를 생각하기 때문에 그 면에서 맞닿아 있죠. 인터페이스도 정의하는 게 핵심 업무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개발자들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업무에 관심이 있으시군요

저도 저의 진실은 잘 몰라요. 제가 처음에 토스가 좋았던 이유가 제가 너무 잘 사용하는 서비스였기 때문이었거든요. 그렇게 보면 제가 공감할 수 있는 업무니까 좋아한다는 생각이 있어요. TDS도 제가 처음에는 사용자였을거고, 사용을 하다가 제작자의 입장이 되니까 사용자에게 공감을 하는 거죠. 결제도 마찬가지인 게 결제 연동 경험을 이전에 해보면서 피로감과 고통 같은 것들을 먼저 느껴봤으니까 그 업무에 공감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결국은 내가 유저로서 공감을 해야지 메이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토스페이먼츠에서 기억에 남는 경험

저희가 외부로 공개 API를 제공하는데, 이에 상응하는 제품이 있어요. "연동 문서"라고 부르는 제품이에요. 이 제품을 처음부터 만들었어요. 이 제품은 기술적으로 조금 특이해서 재밌었는데, 일반적인 블로그를 만드는 것과는 달랐거든요. 일단 "mdx"로 모든 문서를 저작할 수 있게 만들고 싶었어요. 인터랙티브한 문서가 되길 원했기 때문에 마크다운 이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중에 리액트가 친숙하니까 mdx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죠. 그 과정에서 mdx를 많이 개조했어요. 문서를 파싱하고 툴을 사용해서 파일을 추출하면 그 파일을 분석해서 어떤 곳에 어떤 문장이 있으면 어떻게 바꿔준다. 이런 것들을 만들었거든요. 같이 일하시는 문서를 저작하는 분은 개발자가 아니고 따로 일하시기 때문에 그분이 편하게 쓸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파싱하거나 새로운 컴포넌트로 바꿔주는 마법 같은 일들을 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최근에 포지션이 바뀌었는데 어떠한 포지션으로 바뀌었는지?

디벨로퍼 프로덕트 팀 리더로 바뀌었어요. 디벨로퍼 프로덕트 팀은 결제 연동을 하기 위한 개발자분들을 위한 제품을 만드는 팀이에요. 기존에도 테크니컬 라이터 분과 함께 동일한 작업을 했었는데 팀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제가 매니징 역할을 맡게 되었어요. 가맹점 요구 사항이 들어오면 API를 만들고, 업무들을 핸들링하는 일들을 상반기 동안 했어요. 그런 일을 하다 보니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거예요. API가 중구난방으로 만들어지고 시스템이나 프로토콜이 없는 게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오픈 API를 만드는데 그런 게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 거죠. 그래서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어요. 상반기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데 시간을 많이 보냈어요. 그러면 해결을 해야 하는데 누가 하냐는 문제가 남잖아요. 제가 일하면서 신규 API를 설계하는 일을 많이 하다 보니 경험이 쌓였고, 누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을 때는 제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어느 순간 들었어요. 사실 외부에서 그런 사람 데려오기도 쉬운 일이 아니고 내부에서도 저만큼 문제를 느끼는 사람 별로 없을 것 같기도 했어요. 그렇게 이어지게 된 거죠.

팀 리더가 되고 이전과 다른 점

기존에는 새로운 API를 생성할 때 요청이 들어오면 그 요청을 어떻게 해결할까에 대해서 집중했지, 근본적으로 우리가 문제가 뭔지를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6개월, 1년 뒤의 일을 생각하면서 일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단순히 요청 들어오면 스펙을 만들고 API를 정의하는 식으로만 일했다면 지금은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건지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고 있어요. 또 팀 리더로서 잘하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도 있어요. 이런 역할이 처음이고, 스스로 생각했을 때는 잘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어서 노력하려고 합니다.

앞으로는 코드를 작성하지 않고 매니저 역할만 하게 될까요?

다 열려 있다고 생각해요. 다시 프론트로 돌아갈 가능성이 제로도 아니고요. 저는 스페셜리스트라기보다는 제너럴리스트의 성향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관심사가 좀 넓게 퍼져 있어서 어떻게 보면 저한테 맞는 업무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프론트 엔드도 못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다시 돌아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협업하기 좋은 동료란?

예상되는 사람. 어떤 업무가 주어졌을 때 1시간 뒤에 이 사람이 어떤 수준까지 업무를 달성할 거라는 기대가 되면 저는 협업 하기 좋은 동료라고 생각해요. 그런 예상이 되는 사람의 느낌을 주려고 저도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어떤 특정한 룰이 있는 거죠. 일단 출퇴근 시간이 규칙적이야 예상이 되잖아요. 또 그 시간에 변동이 있을 때 말하는 사람이라면 예상이 되고요. 과거에 팀원으로 일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저도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예상이 되는 사람이라는 게 뭘까, 다른 사람은 뭘 궁금해할까 생각하고 말하는 노력을 많이 했어요. 예상이 잘 되면 굳이 계속 체크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편하게 협업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일을 처리하는 방식

특별한 방식은 없어요. 요청이 들어왔는데 바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급하든 급하지 않든 바로 하는 편이에요. 그거에 대해서 관리를 하는 것 자체가 소모이니까요. 그게 아니면 백로그에 쌓아두고, 백로그를 보면서 에이징을 하는 거죠. 요청이 두 번 들어온다면 우선순위를 높인다든지 하면서요. 엄청 체계적으로 하지는 않아요. 백로그를 틱틱이라는 툴을 사용해서 투두 리스트에 등록해두고 관리하고 있어요.

회사에서 잘 성장하는 방법

회사의 에셋을 잘 쓰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는 것 같아요. 회사에 내가 배울 수 있는 동료가 있다면 그 사람 옆에 있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가서 콩고물이라도 주워 먹을 수 있는지 계속 물어보고 들어보는 게 좋아요. 그게 아니더라도, 회사에는 공유되는 정보들이 되게 많잖아요. 그런 지식을 학습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결국은 회사를 레버리지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회사는 지식이 쌓이는 곳이니까요.

이상적인 개발 환경이란?

블로커가 많지 않은 환경이요. 내가 뭔가를 만들고 싶은데 그걸 하려면 이것저것 알아보고 세팅하는 게 힘들잖아요. 또 문제가 있으면 빨리 발견할 수 있는 곳이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예를 들어서 IE를 이상적인 개발 환경이라고 말할 수 없잖아요. 어떤 에러가 나서 렌더링 자체가 안 되는데 에러가 콘솔에 표시가 안 되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걸 해결한다고 별짓을 다 했는데 정말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런 게 좀 해소가 되면 그런 게 없는 환경? 궁극적으로는 문제가 있으면 바로 파악할 수 있는 환경이 좋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확인이 빠를수록 좋고요.

요즘 하는 고민이 있나요?

요즘은 인게이지먼트를 어떻게 올릴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어요. 팀이 한 점을 보고 움직이는 게 핵심인 것 같은데 그거를 팀뿐만이 아니라 저희 조직까지 영향을 미쳐서 해야 하는 것도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어떻게 사람들에게 이게 공동의 목표라고 여길 수 있게 만들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있어요. 아직 답은 찾는 중입니다. 여러 가지를 안 해보던 것들을 시도해 보고 있어요.

집중이 안 될 때 어떻게 환기하시나요?

저는 집중이 안 될 때 환기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집중이 안 되는 게 기본 상태라서 항상 집중을 안 하고 있어요. 어떤 거에 되게 몰입하고 있는 때가 잘 없어요. 개발할 때도 반은 집중을 안 한 채로 있어요. 그래서 굳이 극복하려고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나요?

일로는 목표가 너무 분명하게 있어요. 기존 API를 싹 쓸어서 새로운 세트를 제공하고 싶은 게 제 목표에요. 그리고 그거를 잘하면 내년에 슬래시 발표로 나올 수도 있는 거고요. 그게 목표이긴 해요. 일 외적으로 목표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거. 저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행복이 강도가 아니라 빈도 빈도가 높은 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사소한 행복 자주 느끼면서 오래 살고 싶습니다.

금융 도메인에서 계속해서 일하고 싶으신지 궁금해요

이직하게 된다면 다른 일을 할 것 같아요. 물론 이 경험을 높게 쳐주는 회사가 있고 그 회사가 금융을 한다면 갈 수 있죠. 그게 아니면 기본적으로는 좀 다양하게 탐색하고 싶어요. 저는 안 해봤던 걸 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직군을 바꾼 것도 그렇고 저는 제 상태를 자주 바꾸거든요. 이런 걸 보면 저는 한 군 데 오래 있는 거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 또 새로운 걸 해보지 않을까 싶어요.

작업할 때 선호하는 장소

오피스요. 집에 있으면 더 일을 안 하게 되는 거 같아요. 저한테는 사회적 압력을 주는 분위기가 중요해서 오피스에서 일하는 걸 더 선호해요.

취미가 있나요?

영화 스토리나 게임 요약 영상 보는 거요.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 보니까 에너지를 쓰기 싫은 느낌이 있어요. 예전보다 좀 그런 성향이 심해진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요약해 주는 거를 보는 거죠. 엄청나게 낮은 저비용이잖아요.

쉬는 시간에는 어떤 것들을 하시나요?

여자친구랑 놀더라도 그냥 집에만 앉아 있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좀 많이 나가려고 노력은 해요. 웬만하면 유튜브를 보더라도 나가서 보려고 해요. 카페 탐방 다니는 것도 좋아해요. 차 운전하는 것도 리소스 소모이기 때문에 차 운전을 잘 안 하는데, 예전에 좀 더 리소스가 있었을 때는 차를 운전해서 근교에 큰 카페로 나갔었던 것 같아요.

시간과 돈을 구애받지 않고 직업 한 가지를 더 가질 수 있다면

기자 아니면 유튜버요. 기자도 심층 취재하시는 분들 같은 기자요. 예를 들어서 사회적 문제가 있다고 하면 원리부터 현재 상태까지 심층 취재해서 기사를 내잖아요.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은데 기자 같은 직업이 다양한 경험을 해보기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해요. 취재할 때 사건들이 이어지는 게 아니라 완전 별도의 사건이라는 게 재밌는 것 같아요. 유튜버도 맥락이 비슷한데 다양한 사람을 만나서 인터뷰하는 유튜버를 할 수도 있잖아요. 다양한 얘기를 들으면서 또 간접 경험을 할 수 있죠. 저는 세상에 대해서 넓게 알고 싶은 게 많아서 그런 걸 할 수 있는 직업이면 좋은 것 같아요.

현섭님에게 개발이란

도구. 거기에 철학적인 개념을 대서 그 이상을 요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냥 어떤 목표가 있고 거기로 가는 도구인 것 같아요. 그게 꼭 개발이 아니어도 되지만 개발이라는 도구도 있는 거죠.

개발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 또는 이제 막 개발을 시작한 사람들을 위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사실 젠틀한 말을 잘 못하거든요. 그래서 우려 점을 먼저 말을 할 것 같아요. 모든 사람에게 개발이라는 게 맞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사실 그 뒤가 험난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하면 좋다는 말을 하고 싶을 것 같아요. 막 들어온 사람이라고 하면, 하는 이유가 뭔지를 여쭤보고 그 이유가 진정성이 있으면 추천을 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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