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보면서 파도 소리 들으면서 개발하고 싶은

2022-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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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뱅크샐러드에서 서버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박성우라고 합니다.

언제 처음 개발을 접하게 되었나요?

중학교 2학년 때 C언어 책을 사면서 처음 개발을 접하게 됐어요. 그 당시에 만화책을 좋아해서 많이 읽었는데, 가상현실 게임을 주제로 다룬 만화책을 읽다가 나도 이런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네이버 지식인에 '이런 거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라고 물어봤더니 일단 C언어부터 공부하라는 답변이 달렸었어요. 그래서 서점에 가서 책을 샀고, 그게 개발을 접하게 된 첫 시작이었습니다.

그 이후에 개발을 계속하게 된 건가요?

사실 책에 나오는 print 문으로 별 찍는 예제에 간신히 성공하고 그 책을 접었어요. 별을 찍는 게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 개발이랑 어떤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어떻게 혼자 개발을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배우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어요. 그 후에 담임 선생님과 진로 상담을 하는데, 개발을 좋아하면 컴퓨터과가 있는 공고를 가라고 권하시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컴퓨터과가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고,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을 대학으로 보내고 싶어 해서 컴퓨터공학과가 있는 대학교에 가게 되었어요. 원래 저는 고등학교에 가서 개발을 배우고 바로 취업하려고 했는데, 고등학교에서 개발을 배우고 대학교에 가서도 개발을 배우게 된 거죠.

게임 개발이 아닌 서버 개발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은 게임 개발에 대한 생각은 고등학교 때 없어진 것 같긴 해요. 그때부터는 그냥 개발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바뀌게 되었어요. 조금씩 배우다 보니까 게임 개발 말고 그냥 프로그램 만드는 게 재밌다는 생각이 들면서 어느 순간부터 게임 개발이 멀어졌어요. 그러다 보니 컴퓨터 공학에서 배우는 내용들이 재밌더라고요. 고등학교에서 대학을 보내려고 해서 취업을 바로 하지 않고 대학에 갔는데, 지금 생각하면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대학교에 가서 컴퓨터 공학을 공부해보니,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확연히 다르더라고요.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게 되고 나서 운영 체제나 컴퓨터와 관련된 공부를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서버 개발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개발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군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개발이 재밌긴 했어요. 성인이 되고 나서는 개발 외에 인생의 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휴학하고 이런저런 알바들을 많이 했어요. 병원에서 경비 일도 해보고, 카페에서 바리스타도 했고, 피시방 아르바이트도 하고 수련회 조교도 하고, 국내 자전거 여행도 했었어요. 그때는 '나는 어차피 개발만 하면서 살 거니까 이때가 아니면 다른 경험을 못 할 거야. 여러 가지 경험을 많이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이런저런 경험을 하려고 했던 거죠.

처음 개발자로 일을 한 곳은 어디인가요?

학부생 시절 학교에서 실리콘밸리 연계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학교와 실리콘밸리에 진출해 있는 작은 한국 회사들이 제휴를 맺어서 연계 프로그램을 했었고, 지원해서 가게 되었어요. 그 곳에서 처음 개발자로 일하게 된 거죠. 제가 일하게 된 회사는 '비손콘텐츠'라는 음원을 배급하는 회사였어요. 소속사가 없는 인디 아티스트들을 위해 음원 배급을 대행해 주는 곳이었어요. 저는 거기서 음원 배급 시스템 작업을 했어요. 시스템 작업 외에도 저작권을 찾아주는 머신러닝/딥러닝 프로젝트를 했었는데, 그게 제일 재밌었던 기억이 나요. 그게 제 처음이자 마지막 머신러닝/딥러닝이었네요. 물론 재밌었다고 제가 그걸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ㅎㅎ.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어떤 일을 했나요?

학교 연계 프로그램 비자가 1년이라 미국에서는 1년 정도 있다가, 한국으로 와서 같은 회사의 한국 지사에서 1년 정도 더 다녔어요. 이후에 '마이 뮤직 테이스트'라는 곳으로 이직하게 되었어요. 음악 쪽으로 계속하려고 한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까 다음 회사가 또 음악 회사더라구요. 이직을 준비하면서 재밌고 쿨한 걸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당시에 마이 뮤직 테이스트가 하는 일이 그렇게 보였어요. 공연은 보통 이벤트 하는 쪽에서 주최를 하는데, 공급자가 이벤트를 만드는 게 아니라 소비자 그러니까 팬들이 요청해서 공연을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패러다임 시프트'라고 표현하더라고요. 이 표현이 쿨해보였어요. 그래서 저는 이 회사로 이직했고, 거기서도 서버 개발을 했어요. 주로 Django로 되어 있던 Monolith 서버를 MSA로 변경하는 작업을 하고 유지보수 했어요.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

기억에 남는 순간이 하나 있는데, Monolith를 MSA로 변경하는 작업을 마치고 처음으로 구동하는 순간이에요. 그때가 새벽 4시 정도였는데, 서버 개발자 6명 정도가 같이 있었어요. 처음으로 베타 환경에서 구동하면서, "이게 될까?" 하면서 했는데 되는 거예요. 그래서 거기에 있던 모든 사람이 "와악~" 소리를 냈어요. 그 순간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해요. "이게 왜 되지? 왜 되는 거야? 이게 한 큐에 될 리가 없는데?" 이러면서 되게 기분 좋아했던 그 순간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어요.

뱅크샐러드로 이직하게 된 이유

마이 뮤직 테이스트는 기본적으로 공연을 기획하는 회사인데, 이 코어 시스템의 고도화를 하지 못하고 방향성을 헤매고 있었어요. 안 그래도 이에 대해서 불만이 많았었는데, 이와 더불어서 매출도 줄어드는 등 상황이 점점 더 안 좋아졌어요. 마지막으로 새로운 제품 적인 시도를 하려고 했는데, 코로나가 터진 거예요. 코로나가 터지면서 그나마 남아있던 매출 부분이 다 사라졌고, 마지막으로 기대하고 있던 제품 개발조차도 멈추게 되면서,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어요. 뱅크샐러드는 사실 이직을 결심하기 한참 전부터, 그러니까 마이 뮤직 테이스트에서 열심히 일 잘하고 있을 때부터 되게 재밌는 것 하는 곳이네! 라는 생각이 들었던 곳이었어요. 그 당시, 2019년쯤만 해도 개인의 지출 내역을 자동으로 해주는 데가 없었거든요. 저는 스타트업 제품을 써본 게 없었는데, 그때 앱을 사용해보고 재밌게, 편하게 앱 잘 만들었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에 뱅크샐러드에서 진행하던 외부 공개 사내 컨퍼런스(콘샐러드)도 보러 가는 등 원래 관심이 있던 곳이었고, 기회가 되어서 이곳으로 이직하게 되었어요.

뱅크샐러드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뱅크샐러드에서 지금은 건강 새소식 스쿼드라는 곳에서 건강과 새소식 관련된 제품을 만들고 있어요.

일을 하면서 좋았던 점과 힘들었던 경험

저는 그냥 출근해서 커피 내리는 시간이 좋아요. 커피 내릴 때 그 커피 향이 좋거든요. 파크원에서는 커피 내리면서 뷰를 볼 수 있잖아요. 커피 내리면 저쪽에서 이 원두가 갈리면서 향이 나는 사이에 뒤로 돌아서 뷰를 딱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더라고요. 힘들었던 경험은 입사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R&D팀에서 가계부 카테고리로 내역을 카테고리 분류해주는 서비스가 있는데, 그 서비스의 리팩토링 작업을 거의 혼자 했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온보딩 기간에 많은 양의 작업을 혼자서 하는 게 힘들더라고요.

지금 테크 리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나요?

달라진 점은 일단 개발 아닌 일을 너무 많이 하고 있어요. 사실은 개발만 하는 게 더 속 편하겠다 싶은 것들이 있어요. 스쿼드의 고민이나 일하는 방식에 관련된 일을 많이 하거든요. 개발과 관련되지 않은 여러 일을 하다 보니 개발에 쓰는 시간이 많이 없다는 점이 아쉬워요.

협업하기 좋은 동료란

오너십이 있는 동료. 일을 맡으면 해내는 사람이요.

일을 처리하는 방식

저는 지라 베이스로 일하는 것 같아요. 일이 생기는 상황이 크게 두 가지인 것 같은데, 기획이 나와서 일이 발생하는 게 하나가 있고 두 번째는 커뮤니케이션할 때 일이 발생하는 게 있어요. 이렇게 일이 발생할 때마다 그때그때 지라 티켓을 따고, 지라 자체를 메모장처럼 써요. 슬랙 커뮤니케이션이 안 끝났는데 지금 당장은 못 보는 거 슬랙에서 리마인드를 걸어두고 보기도 해요.

회사에서 잘 성장하는 방법

사실 일 많이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일정이 촉박하고, 기획이 많이 있고, 이해관계자도 많은 상황에서 엄청나게 스트레스받고 엄청 힘든데 돌이켜보면 거기서 많이 배우거든요. 항상 돌이켜보면 가장 힘들 때 가장 많이 배우더라고요. 저는 그 경험을 몇 번 해본 것 같아요. 기술적으로도 많이 배우고 커뮤니케이션도 많이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이건 잘라내야 한다, 이거는 지금 가져가야 한다 이런 판단하는 능력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제한된 시간에서 제품을 만들 때 무조건 다 받아들일 수는 없으니까요. '그건 다음에 처리하고 이건 이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라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성장이라고 하면 성장이겠죠.

요즘 공부하거나 관심 있는 것

개발 테크 쪽에서 다음 게임 체인저가 뭐가 될까? 이런 생각을 자주 해요. 예를 들면 스마트폰 쓰기 전과의 세상이랑 그 이후의 세상이 완전히 달라졌잖아요. 메타버스나 가상현실 게임이 나오면 저는 그게 또 게임 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뉴럴링크나 다른 bmi(brain machine interface) 업체랑 연결되어서까지 구현되면 재밌을 것 같아요. 또 다른 게임 체인저는 아예 진짜 현재 디지털 컴퓨터의 근본부터 바뀌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도 들어요. 그게 뭐냐면 컴퓨터가 0과 1로 돌아가잖아요. 그러니까 2진법으로 돌아가지 않는 컴퓨터. 최근 논문에 3진법, 4진법 반도체가 개발되었다고 해요. 3진법 반도체로 컴퓨터가 개발되면, 3의 n승(3^n)이 기본 연산 단위가 되고, 4진법이면 4의 n승(4^n)이 되는 거죠. 현재 디지털 컴퓨터의 반도체인 2^n과 비교해서 연산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지는 거죠. 그러면 이제 개발 언어부터 OS까지 싹 다 바뀌는 거죠. 아예 진법을 뛰어넘는 것도 있어요. 저는 사실 양자 컴퓨팅(구글의 시커모어 컴퓨터나 큐비트 프로그래밍)도 흥미롭게 살펴보고 있어요.

논문을 찾아보시는 편이시군요

아니요 논문 안 찾아봐요. 요즘 유튜브가 얼마나 잘 나오는데요.

성우님에게 개발이란

그냥 재밌는 거. 어렸을 때부터 계속하려고 했던 거고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 물론 힘든 여정도 있지만 개발은 재밌고 좋아해요. 개발을 하고 싶은데 편하게 재밌게 하고 싶어요. 별 보면서, 바다 보면서 개발하고 싶어요. 회사에서 하면 스트레스받고 힘들어서 그런 거지 재밌고 편하게 하면 개발만큼 행복한 게 없다고 생각해요. 마음이 되게 평화로운 상태에서 개발하면 되게 좋아요.

제일 좋아하는 언어가 있나요

Go를 사용하고 있어서 Go가 좋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제일 좋아하는 언어는 파이썬 같다고 생각해요. 가장 오래 했고 가장 많이 써서 모국어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개발 언어 중에는 가장 편한 것 같아요. 언어 하나에 대해서 가장 깊게 판 게 파이썬인 것 같아요. 그래서 파이썬이 가장 편하지만, 단점이 명확해서 고랭이 간결하면서 속도가 빠르고 진짜 좋다고 생각해요. 강 타입 언어라는 것도 좋고요.

일을 하다가 집중이 안 될 때 어떻게 환기를 하시나요?

일단 저는 미련하게 계속 붙들고 있는 스타일이에요. 붙들고 있다가 가끔 부서지긴 하죠. 그거는 오늘은 이제 그만하자 이렇게 되는 거고, 시간이 남거나 업무 중간에 맞닥뜨리면 계속하긴 해요. 그게 안 좋은 것 같긴 한데, 어떻게 해야 할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집중과 관련해서는, 최근에 저희 팀원분들이 뽀모도로를 하시길래 저도 해봤는데 좋았어요.

앞으로 성우님은 어떤 걸 하고 싶나요?

별 보고 달 보고, 시원한 곳에서 바다도 보다가 노래 틀어놓고 개발하고 싶어요. 개발이 짜증 나면 맥북을 접고 쉬는 거죠.

작업할 때 선호하는 장소

어디든 컴퓨터만 있으면 좋아요. 각 장소가 나름의 장점이 있으니까요.

쉬는 시간에 무엇을 하시나요

누워서 유튜브 보기

요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뱅크샐러드의 성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뱅크샐러드의 성공이 제가 나가는 기준이기 때문에.

구애받지 않고 직업 한 가지를 더 가질 수 있다면

저는 직업 3개를 가지려고 했어요. 게스트 하우스 운영자, 바리스타, 칵테일바 사장님. 동해에 여행객들이 올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같은 집을 짓는 거예요. 1층에는 카페를 하나 차리고 2층엔 칵테일 바를 만드는 거죠. 저는 되게 분주한데, 손님은 거의 없고? 평소에는 개발하다가, 가끔 친구들과 홈파티 하면서 시간 보내고, 손님이 오면 일하는 모습을 생각하고 그래요.

이제 개발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정답은 없다.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빡세게 해라. 빡세게 힘든 만큼 성장한다. 정답이 없기 때문에 누군가를 따라가려고 할 필요도 없는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재밌는 걸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재밌지 않은데 계속하는 건 힘들어요. 재밌고 좋아하는 걸 해야 해요.

공유하고 싶은 것

제가 찍은 바다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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