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만들어도 제대로 만드는 사람

2022-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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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뱅크샐러드에서 프론트 웹 개발을 하고 있는 김서영입니다.

개발자로 일하기 전 유물을 실측하는 일을 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전공은 어떤 전공이었나요?

전공은 디지털콘텐츠인데, 지금은 소프트웨어학과로 명칭이 바뀌었어요.

유물 실측과는 상관 없는 학과를 전공했는데 어떻게 그런 일을 하게 된건가요?

아주 어렸을때부터 저는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였어요. 쭉 그림 그리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러스트, 삽화 같은 외주 작업을 할 기회가 몇 번 있었어요. 직업으로서 그림 그리는 일을 해보니,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고 싶은 시간에 그리는 것과 직업으로 갖는다는 건 다른 일이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닌 다른 이의 요구에 따라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나에게 맞지 않는구나 싶었는데 마침 보고서 삽입용 일러스트 실측에서 요구하는 능력이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추기 보다는 정확하게 3면도를 작도하는 일이라 직업적으로 잘 맞을 것 같아서 시작했습니다.

실측 일을 그만둔 이유가 있나요?

1년 반정도 일하면서 이 직업군의 장래가 그렇게 밝지 않다고 느꼈어요. 또, 지금은 굉장히 미래지향적인 세상이잖아요. 그렇지 못한 업계 환경을 보고 염증을 느끼기도 했어요. 그래서인지 어느날부터인가 과거의 유물을 실측하는 일이 더이상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렇다면 그 후 어떤 이유로 개발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건가요?

개발자를 하고싶다고 생각하게 된 첫 번째 이유는 해외 취업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어요. 해외 취업을 하기에 개발자만큼 장벽이 낮은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학교 다닐 때 뭔가 이것저것 해봤지만 결국 내가 이걸 하고싶다는 확신을 얻은 건 아무것도 없고, 그런데 이제 졸업은 해야 하고… 당시 하던 일을 계속 하고 싶지는 않은 상황에서 문득 개발자가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공 공부를 할 때는 개발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았는지 궁금해요.

학교를 다닐 당시에는 재밌다고 느끼지 못했어요. 학과 전공 커리큘럼에 CS 수업들이 분명 포함되어 있고, 개발을 잘하던 친구들이 많이 오기도 했어요. 반면에 그냥 막연히 디지털 콘텐츠, 예를 들면 영상 편집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저는 후자에 속해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전공이 제가 고민의 발목을 붙잡았어요. 학교를 다닐 땐 영화과 수업이나 다른 전공 수업을 더 많이 들었거든요. ‘할 수 있을때 하지 않고 이제와서 뒤늦게…?’ 라는 자조적인 의문이 계속 맴돌았던것 같아요.

런던을 다녀오고 나서 고민하게 된 건가요?

런던을 너무 가고 싶은 마음에 문화유산 연구원에서의 일과 다른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일주일에 7일을 일해서 돈을 모았어요. 런던은 여행 비자로 꽉 채워서 반 년 있었습니다. 항상 다시 가고 싶고, 언젠가 근로자로서 일하며 머물어보고 싶은 곳이에요. 그래서 여행을 다녀오자마자 워홀 신청을 했어요. 운좋게 바로 합격을 했는데, 그때가 개발자를 할까 말까 고민하던 시기예요. 당장 갈 수는 있는데, 가봤자 할 수 있는 일이 카페 아르바이트밖에 없는 거예요. 좀 더 전문적인 일을 하며 워킹홀리데이를 하고 싶다는 욕심에 개발자가 되어야겠다고 마음을 굳혔어요.

개발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다시 해외 나가서 살고 싶어서인 거네요?

좀 더 멀리 본 거죠. 단기적으로 보면 사실 그때 갈 수 있었거든요. 당시 정말 치열하게 고민했고 주변의 거의 모든 사람에게 물어봤어요. 가야 할까 말아야 할까... 가족들은 걱정하면서도 “네가 하고 싶으면 해라”라고 말해줬어요. 부모님이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까 의지가 되면서 한편으론 오히려 그 말이 절 못 가게 했어요. 주변의 단단한 말들 덕분에 좀 더 침착하게 다시 생각해 보게 되더라고요. 넌 잘할 거다. 그렇다는 믿음으로 해주는 말일 텐데, 그 말이 저로 하여금 ‘지금 정말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했어요.

개발자가 되기 위해 준비는 어떻게 했나요?

개발자가 되겠다는 마음을 먹자마자 국비지원 학원에 다니면서 Java를 배웠어요. 객관적으로도 굉장히 열심히 공부했고, 그 반에서 ‘내가 제일 잘하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착각 속에 빠져있었어요. 그런데 학원을 다 다니고 면접을 다니는데, 그렇게 성과가 좋지는 않았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그렇게까지 치열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저는 그보다 더 치열할 수 있었는데, 그보다 덜하게 노력했던거죠. 때마침 맨 처음 개발자가 되기 위해 고민할 때 도움을 줬던 친구가 추천한 네이버 부스트캠프에 합격해 코스를 진행하기로 결정했고, 부스트캠프를 시작하고 딱 일주일 뒤에 마지막으로 면접을 봤던 회사에서 최종 합격을 했어요. 가고 싶었던 회사인데 지원했던 직무 특성상 제품 개발보다는 현장 유지보수 업무가 주가 될 것 같아 고민하다가 개발을 좀 더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부스트캠프를 계속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걱정되는 부분은 없었는지 궁금해요

면접을 준비하고 이력서를 쓰다 보면 그 직업이 요구하는 가치나 인재상이 뭔지 파악되잖아요. 제가 봤을 때 개발자가 되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인재상은 매일 공부해야 하고, 새로운 것들에 활짝 열려 있어야 하고, 개발에 항상 미쳐있어야 할 것 같은 이미지였어요. 근데 그게 저한테는 되게 부담이었어요. 왜냐하면 저는 스스로를 그렇게 그런 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마음속에 개발자라는 직업에 대한 벽이 있었어요.

부스트캠프에서는 어떤 것을 하나요?

네이버 부스트캠프 코스는 프론트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iOS, 웹, 서버 강사 세 분이 하나의 코스를 같이 이끌어주시는 형식이었습니다. 초반 한 달의 챌린지 과정과 그 이후 4달여간의 멤버십 과정이 있는데, 챌린지 과정엔 매일매일 새로운 과제가 주어져요. 아침에 전달받은 과제를 당일 저녁 7시까지 제출하고 다음 날 아침 정해진 팀이 줌으로 모여 서로의 코드를 돌려보면서 리뷰해요. 그때 정말 열심히 했는데 어느정도였냐면…눈물이 없는 편인데 어느날 밥을 먹다가 뜬금없이 울었어요. 남들은 다 잘 하는데 저만 부족한 것 같아 이런저런 부담감과 걱정에 울음이 날 정도로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사정도 더해져서 이 뒤는 낭떠러지라는 생각으로 했어요. 그렇게 한 달 동안 챌린지 과정을 토대로 평가하고, 그 평가를 기반으로 멤버십 과정에 합격해 전 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부스트캠프에서 즐거웠던 일이 있다면?

마지막 팀 프로젝트인 슬랙 클론 프로젝트를 할 때 가장 재밌었어요. 코스의 대미를 장식할 메인 프로젝트에 들어가기 전 네이버 측에서 주제를 여러 개 제시하고, 캠퍼들이 각자 원하는 프로젝트를 선택해 최종적으로 꾸려진 팀원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돼요. 그때 리액트를 처음 사용해봤어요. 리덕스, 사가, 타입스크립트 등 거의 모든 기술스택을 처음 접해보면서 정말 많은걸 배웠어요. 새로운 기술을 학습하면서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경험을 한 거죠. 그건 저에게 매우 어려운 일이었어요. 머리가 좋고 효율이 있는 사람은 잘하겠지만, 저는 약간 노동 집약적인 사람이라 그때 정말 밤을 많이 샜어요. 그때 밤새우는 방법을 배운 것 같아요. 그래도 좋은 팀원들과 즐겁게 만들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만들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부스트캠프가 끝난 직후 곧장 뱅크샐러드에 합류한 건가요?

네트워킹 데이를 통해 제안이 와서 뱅크샐러드에 지원하게 되었어요. 뱅크샐러드의 기술 블로그를 보는데, 직전에 메인 프로젝트를 하며 느꼈던 아쉬운 점들을 보완할 수 있을 것 같은 글들이 몇 개 있었어요. 코드 리뷰 시스템이나, 문제 해결 과정을 문서화하지 못한 점 등 아쉬운 것들이 있었는데, 뱅크샐러드에서는 내가 아쉬워한 부분들을 수월하게 해소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뱅크샐러드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2022년 마이데이터 전환에 맞춰 뱅크샐러드의 온보딩 과정을 새로 시작되는 마이데이터와 웹뷰로 갈음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뱅샐에서 일하면서 겪었던 즐거웠던 경험과 힘들었던 경험을 하나씩 공유해 주세요.

저는 지금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살고 있어요.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즐겁게, 그리고 제대로 동기부여가 된 상태로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큰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그 중에서도 즐거웠던 경험을 꼽자면 구현을 마치고 나서 제품을 기획해주시는 분들에게 좋은 피드백을 받았을 때 항상 고양되고, 감사함에 매우 큰 기쁨을 느껴요. 매번 짜릿함을 느낍니다. 힘들었던 건, 입사 초기가 가장 힘들었어요. 모르는건 산더미인데 물어보는 방법을 몰랐고, 심지어 그때는 아직도 ‘내가 개발자를 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였고요. 제 코드가 어떤 기업의 제품에 반영되는 게 부담스러웠어요. 계속해서 만들고 피드백 받고 개선하는 과정을 통해서 지금은 그런 생각이 사라졌어요.

뱅크샐러드의 장점

높은 비율의 구성원들이 사려 깊은 분들이에요. 또, 하고 싶은게 있다면 얼마든지 의견을 제시하고 그걸 추진해 이끌어나갈 수 있어요. 모두에게 열려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 과정에서 함께 하는 동료들이 높은 확률로 좋은 동료라는 점이 뱅크샐러드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서영님에게 개발이란...

처음에는 기술적인 지식에 대한 열망이 컸어요. 입사 직후에도 부족한 지식을 어서 채워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는데, 큰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정신없이 일하다보니 그것 이외에도 다른 인사이트를 키워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술만으로 훌륭한 제품을 만들 수는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큰 시야를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해요. 그 시야는 단기간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수많은 실전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다보면 언젠가는 갖게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갖고 있어요.

일을 처리하는 스타일은 어떤가요?

저는 욕심이 되게 많은 편이에요. 무엇을 만들어도 제대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얼마 전에 부스트캠프에서 같이 팀을 했던 분을 만났는데, 그분이 챌린지 과정에서 봤던 저의 인상깊은 점을 말씀해주셨어요. 과제에 주어지는 조건들이 있으면, 대부분은 예외 처리를 적당히 하고 마는데 제가 그분과 팀을 했던 당시에 예외 처리를 정말 꼼꼼하게 했었어요. 근데 다음날 코드리뷰 시간에 보니 저처럼 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예요. 그때 저는 ‘아, 이럴땐 그냥 적당히 해도 됐었겠구나’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다른 사람이 보기엔 그게 정말 인상 깊었다는 거예요. 솔직히 여력이 된다면 앞으로도 항상 이렇게 하고 싶어요. 그런데 일을 할 때에는 언제나 이렇게 할 수(개인적인 욕심을 모두 채울 수) 없다는 것을 많이 깨달았어요. 제한된 리소스 안에서 최종적인 목표와 임팩트를 내기 위해 지금 할 수 있고 없고를 판단하는 것이 개발자에게 중요한 역량이라는 점을 배웠어요.

협업하기 좋은 동료란 어떤 동료라고 생각하나요?

어떤 상황에서든 의사소통을 편하게 할 수 있는 사람. 해결해야할 문제가 앞에 있는 와중에 다른게 아닌 협업자와의 의사소통이 블로커가 되는 상황은 생각만 해도 너무 답답해요. 추가로 자기 주관이 있는 사람.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고, 그에 대해서 납득이 되는 이유가 있는 사람이 좋아요.

회사에서 잘 성장하는 방법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당연한 말이지만 많이 욕심내서 일하려고 하면 그만큼 성장하겠죠. 성장을 고민하는 입장에서 개인적인 경험을 비추어 말해보자면, 일을 하다보면 뭔가 적당히 이야기 되지 않고 어딘가에 찝찝함이 남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 찝찝함을 명쾌하게 가시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그게 정말 힘들거든요. 이런 부분을 매끄럽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면 그때 저는 제가 성장했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또, 도구를 잘 쓰는 것도 굉장히 핵심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어떤 걸 하고 싶은가요

저는 CS 바닥부터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어요. 컴퓨터 사이언스만큼 근본이 확실한 게 없다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지금까지 명확하게 어떻게, 누가 했는지 알 수 있고 심지어 그 역사가 (비교적) 짧아요. 이런 분야가 없다고 봐요. 그래서 언젠가는 싹 다 소화하는 수준에 도달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작업할 때 선호하는 장소

집 아니면 카페 혹은 오피스 또는 여행지

쉬는시간에 무엇을 하나요

좋아하는 사람과 이야기하고 좋아하는 것을 봅니다

구애받지 않고 새로운 일을 하나 할 수 있다면?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요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것

건강

취미는?

그림 그리기

개발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나 이제 막 개발을 시작한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열심히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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